리탕

사랑해 2011. 5. 21. 02:02
리탕

이른 아침 6시 따오청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동안 리탕을 향해 달렸다.
어제 오후부터 눈보라가 싸납게 날렸었는데
차가웠을 밤공기에 눈이 고원을 더욱 단단하게 뒤덮었더라구.




 

황량했던 고원들이 하얀색이 됐어.
순백 색의 고요한 평원이 되니 하늘과 구름, 땅의 구분이 없어.
온 세상이 모두 하얀색이야.
이 하얀색을 가로질러 리탕에 닿았지.
티벳탄들의 도시 리탕.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도시라 들었어. 해발 4000m
머리 속으로 4km를 세로로 쭉- 그어보니 아찔아찔하더군..
하늘과 가까운 땅이 뭐가 다른가.
숨을 쉬워도 자꾸 숨이 막혀. 산소가 부족해.
보다 원질감과 같은 햇빛이 피부에 느껴져.
이 억쎈 땅은 생명을 밀어내는 것 같아.
나무 한 그루 없어. 자잔한 잔듸, 작디 작은 난장이 잡초들만을 허용할 뿐이야.
그런데 이상해. 
이 황폐함이 고원의 부드러운 곡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주니
오히려 잔잔한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는 거지.
이상해.

속과 겉이 다른 땅.
이 땅위에 티벳탄들은 살아.
분명 이 땅은 생명을 품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진데도
티벳탄들은 이 땅에 자신들의 신을 세우고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기까지 했어.
그러니 티벳탄들은 강해.
그래. 티벳탄들은 강해.
거친 햇빛과 바람에 바래진 그들의 피부.
까무잡잡하고 거칠며 그 어느누구도 볼이 발그래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어.
모두가 그렇거든.
하얀 피부의 티벳탄들도 없어.
부드러운 피부의 티벳탄들도 없어.
그들은 강해.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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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탕

사랑해 2011. 5. 16. 01:55


리탕(理塘), 쓰촨성(四
省)
, CHINA

2011.05.04

5개월이 넘는 내 여행의 종착지
리탕.













하지만 어제 오전에 도착해 그 다음날인 오늘 까지도 리탕은 내내 정전과 추위가 계속 돼.
문명의 자질구질 잡스런 것들에 익숙한 친구 칭밍과 나.
스마트폰 밧데리는 이미 나간지 오래.
이 날로 카메라 또한 밧데리 바닥을 보여.
노트북은 얼굴을 내밀 이유도 없어.
샤워는 바라지도 못해.
그저 생수로 양치질과 고양이 세수.
우리는 점점 힘들어져.
편리하고 완벽한 생활을 보조해주는 도시 시스템 속에 우리는 길들여졌어.

어제, 오늘 양일 동안 도시 여기저기 그리고 도시 너머 여기저기 싸돌아다녔으니
내일은 밥때 되면 밥 찾으러 로컬식당들이나 헤매며
할 일 없이 그저 멍-하니 앉아있겠구나. 하는데
친구 칭밍은 갑자기 내일 떠나자고 제안 해.

음... 쩝... 그래도 힘들게 왔는데
겨우 이틀 지내고 가기에는 아쉬워, 30초간 칭밍의 표정을 살피고 내 생각도 살피고.
그런데 아쉬워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한 생기는 무료함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고,
이 우연의 연속이 주는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씻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했어.
그래. 떠나자. 내일 아침 일찍 떠나자.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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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밍 립스 공연을 보고 그 다음날에서야 집에 들어와
그 잊지못할 추억을 끄적거려봄.

토요일 밀리는 고속도로를 만만하게 생각하며
점심 지나도록 집에서 뒹굴다가 터미널에 가서는
늦은 시간대 차표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기에 서울행하여
공연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

공연장 입구에 들어서니
사람이 빽빽히도 모여 무대 근처에는 갈 수도 없거니와
딱 영상에서 보여지는 시선의 위치, 무척이나 먼 거리에서 봤다.
하지만 그 언저리에서 봤음에도 플레이밍 립스의 공연은 정말 쵝오.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기묘한 영상들이 혼연일치되어
사람을 들었다 놨다가 한다. 
야생성이 느껴지는 사운드에 
팬시한 이미지의 풍선들과 종이눈다발들이
부유하는 것이 참 기괴스러웠다. 
그러니깐... 원색과 파스텔이 뒤섞이고,
따듯한 땀냄새와 광끼가 뒤섞이는 느낌.
그러다가 잠시 모든 조명, 화려했던 영상 효과가 모두 꺼지고, 
깜깜한 어둠이 된 무대에서 온리 사운드만 연주됐을 때는
플레이밍 립스의 음악이 정말 뚜렷하게 들렸었다.
이때 왜 눈물이 나올랑 말랑 하는 감정상태에
도달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
오랜만에 공연에서 소름 돋고, 카타르시스를 느껴 봄.

그리고 역시나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관객들의 환호와 때창
그 특유의 서비스에 플레이밍 립스 멤버들 또한 감동받음.

보고있을수록  감격이 더해지는데
그것은 애석하게도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의미하는 거다.
아.... 그냥 시간이 멈춰주길 바랬었던 순간이였다.

플레이밍 립스 다시 볼 수 없을까요?

아이폰 밧데루도 부족하여 영상촬영은 아주 조금 했는데,
인코딩까지 하니 영상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이상한...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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