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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ANG UGOI

사랑해 2011. 10. 16. 02:23


므앙 응오이(MUANG UGOI), 볼리캄사이 (Bolikhamsai), 라오스(LAOS).  10,04,2011

 

라오스 므앙 응오이는 라오스의 엄연한 '도시'이다.

터미널에서 내려 마을로 진입하는 길에

서부영화에 나올 법한 낡은 목재의 로컬 상점들 몇 채가 도시임을 뒷받침 해준다.

그리고 상점들을 지나쳐 마을을 가로지르는 메콩강을 건너면

여행자들을 위한 방갈로 게스트 하우스들 몇 채가 있다.

반면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북에는 '오지 마을'로 소개돼 있다.

라오스의 많은 지역들이 외지인들에게는 이런 헷갈림을 준다.

여행자로서는 오지도 아니고, 도시라고 여기기 난처하기는 해도 

무엇보다 한가로운 농촌마을만의 고요하고 느린 시간들을

마음 껏 누리기 위해 무앙 응오이를 찾는다는 것이다.

나? 나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고요함을 누리고 말았다.

여전히 외국 사람들 앞에서는 쭈뼛쭈뼛하는 성격상

한국사람들이 없는 무앙 응오이에선 혼자 보내게 되는 시간이 많았고,

하루 방값을 지불하거나 레스토랑에 앉아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아무 할 일이 없었고, 뭘 해야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단조로울 수 밖에 없는 이 시골도시 생활에서 주어진 자유들은

그저 마을 주변을 산책하고, 테라스에서 멍 때리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게 만들더군.

차와 사람이 내는 소리 보다 옆집 가축 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덕분에

한번씩 이런 상황에 왠지 모를 웃음이 터져나온다.

돼지는 주인에게 혼나면서 '꽤약꽤약' 하는 구성진 울음 소리를 낸다.

 

 

할 일도, 놀꺼리 조차도 없는 시간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생각들의 내용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

사실 여행 직전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에 회의감을 안은 채 떠나온 터였다.

4개월이 넘는 여행 동안 펼쳐진 타인들, 다른 문화의 삶의 이미지들을 관조하면서

'전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점점 용기와 의지가 조금씩 쌓이고 있던 차다.

'욕망이 멈추고 만다'라는 어느 여행작가의 라오스에 대한 찬양이 무색하게

내 안에선 너무도 단조로운 삶이 독차지하고 있는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욕망을 이글이글 불태우다니.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구호 속에

'한국으로 돌아간다면'의 주제로 욕망이 이끄는 데로 

가상의 미래를 그리니 심장이 두근 두근거리고 당장 할 수 없음이 답답해진다.

급기야 파괴의 신 '쉬바'를 노래부른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파괴라는 개념을 악에 가까운 것인 줄로 여겼던 무딤은 깨졌었고 

파괴돼야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라는 새로운 구절을 마음에 새기게 되니

가능한 한 내가 가진 것, 주어진 것들을 파괴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됐다.

물론 그때의 간절함이 무색해지게 귀국하고도 6개월이 지난 지금

난 많은 것을 파괴하지 못했었고,

일부 파괴의 시도는 또 새로운 미로를 만들어 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다르게 살 방도를 찾고 있다.

그 때의 구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생의 강은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야.

때때로 역류할 수도 있다. 좌회전, 우회전은 또 없겠는가? 충분히 있다.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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