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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engmai

사랑해 2011. 11. 21. 01:08

Chiengmai, Thailand.
30,03,2011


 "북태국에 가면 빠이라는 곳을 꼭 들러보세요"
방콕에서 중국 비자를 받고 육로를 통해 태국 -> 라오스 -> 중국 국경을 넘으려던 차에

여행자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추천되는 '빠이'라는 지역이 솔깃했었다.

어차피 태국 여행비자 기간 동안 태국 지역을 천천히 여행하며 

라오스로 넘어가면 됐기에. 

'빠이'에 들러 한 일주일은 머물기로.

빠이를 가기 위해 우선 가까운 대도시, 태국의 제2수도인 치앙마이를 들러야만 했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들른 치앙마이에서 빠이행을 방해하는 변수를 만났다.

우연히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묶고 있는 B와 마주친 것이다.

B 또한 다음 날 이곳을 떠날 채비, 한국으로 돌아가기 며칠 안 남은 처지.

그는 여행동안 들떴던 기분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마음을 다스리던 중 나를 만난 것.


물론 마주침은 매일 매일 수없이 일어나는 일.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마주침은 농도가 한층 짙은 성격이랄까

"너 때문에 치앙마이에서 발이 안 떨어진다"는 공통된 속사정을 이유로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접으며 일정을 계산해 내

결국 난 빠이행을 포기, B는 방콕행을 포기

일주일을 함께 치앙마이에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치앙마이 여행은 예상치 못하게 시작됐던 거야.






치앙마이의 매력은 한마디로 빈티지다.

방콕에 이은 제 2의 수도라는데 전혀 대도시와는 다른 구성이다.

빌딩은 찾아볼 수 없고 낮은 담들, 넓고 한적한 분위기.

골목 구역 구역마다의 아기 자기하고 이쁘고 조용함.
그러다가도 주말이면 도깨비시장들로 빽빽하게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던 길거리.
그러다가도 어둠이 찾아오면 술집과 클럽으로 여전히도
여자와 술을 찾아 부유하는 방탕한 여행자의 길거리로의 변신.

그러고 보면 차분함과 자유분방함까지 다양한 색이 공존.



















우연한 만남과 함께 향유할 수 있었던 치앙마이의 길거리.
그랬기에 내 여행의 시간들 가운데 유독 유별났던 곳이야.
시원스럽게 이야기하지 못할 종류의 에피소드이기도 하지. ㅋ


 

 

다만 B와 나는 왜 치앙마이에서 함께 하면서 만들 수 있었던 유희를

한국에서 재회한 후로 더이상 유지할 수 없었던 걸까?
그때 그 유쾌함은 단지 따사로운 햇살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는 사는 것이 워낙 팍팍해서 였을까?

B는 점점 더 먼 타인이 돼 갔었다. 

생각보다 어렵게 여겨지는 스타일, 너무 다른 버릇, 

까탈이 이만저만이 아닌 입맛, 무엇보다 점점 사라지는 편안함... 

참 맘에 안 드는데 단단하기까지 한 벽을 보았고,

그 안에서 나올 리 없는 그 친구를 보았었다.

서로의 모습을 조금씩 조금씩 확인하게 되면서 
치앙마이의 따사로운 햇살에 비춰졌던 유쾌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여행이라는 유희의 연속'은 '삶이라는 고통의 연속'으로 뒤바꼈었다. 적어도 내게는.

치앙마이와 한국, 상황과 공간의 변화는 결국엔 서로의 의미가 점차 동전의 양면처럼 극단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여행에서의 연애는 여행의 추억으로 끝내라" 라는 조언은

결코 시기 질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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