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딩

사랑해 2011. 8. 19. 01:09
야딩, 쓰촨성(四川省), CHINA. 21-22,04,2011

중덴(샹그릴라)에서 야딩까지 어김없이 장거리 길이었지만
눈 앞에 설산들은 뭐랄까.
순백의 도도함과 장대함에 매혹당하고 말았었어.

내가 달리고 있는 도로 저편
굴곡진 경계를 유지하며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를
담고싶은 욕심에 가는 길 내내 카메라셔터를 수 없이 누르게 만들어.
결국 차에 내려서는 밧데루 얼마안남았음을,
그리고 많은 사진들에 비해 내가 눈으로 생경하게 본 설산이
제대로 담긴 사진은 단 한 장도 없음을 알게되고 후회가 밀려오지. 

 4월에도 여전히 깡깡하게 눈옷을 입고 있는 야딩의 고산을 올라가면
몇 개의 호수가 있다해.
우유해, 오색해 등이 아름답다 하여 대개 여행자들은
일박 이일의 트레킹 일정으로 많이들 찾아드는 곳.
 
사실 난 전에 우연히 만난 여행자들에게
야딩이 아름답다더라 하는 수준의 정보만 주워듣고
전혀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막무가내로 찾은 곳이였어.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는 만큼 제대로 된 트레킹의 기억을 만들고자.
나중에는 얼마나 우매했던 동기였는지를 깨닫게 되지.
 
바라보기만 해야했던 미지의 세계 '설산'에 찾아들어가니
내 눈에 아름다움은 가차없이 사라지더라.
그 순백이 가능했던 이유가 곧 내게는 지옥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버리더군.
산소가 부족하니 온 몸은 부어오고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몸과 정신은 휘청휘청해.
심지어 내가 내딛는 길에 박힌 작은 돌 하나에도 온 몸이 휘청휘청거려.
몸과 정신이 힘드니 자연에 대한 경탄은 사라지고
내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의 기억이 날 괴롭혀.
왜?왜? 난 또 이 길에 서있게 됐는지. 처음 본 설산이고
처음 발걸음 한 곳임에도 이상하게 익숙한 상황같더구만. 푸~
지옥같음에 아름답다는 호수 분하고 화나서 하나도 안찍고, 쳐다도 안봤음.
여행 막판에 다달아 인연 맺었던 야딩은 전 여행의 시간들과
전혀 다른 시간이었고, 전혀 다른 경험이였어.
야딩이 일종의 반전을 선사했다고 봐.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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