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4,2011-17,04,2011
 루앙남타, 라오스 -> 징홍(景洪), 운남성(雲南省), CHINA



징홍 첫번째 이야기.

태국에서는 쏭크란, 라오스에서는 삐마이
중국말로는 음... 잘 모르겠다.

쏭크란 축제가 날 따라다니는 것인지,
내가 쏭크란 축제를 따라다니는 것인지
넘어가는 지역마다 바가지 세례.
물축제는 각 나라별로, 지역별로 몇 일 간격으로 다르게 열린다고 하니.
국경을 넘어 라오스 들어서자마자 맞은 물세례를
중국에 도착해 제일 첫 번째로 들린 징홍에서 또 맞고 말았어.
하지만 중국에도 물축제가 있는 줄은 처음 알게됐지.
이제 막 도착한 징홍이라는 도시를 비롯해
메콩강 주변 지역은 기후도 자연환경도
동남아와 비슷하고 문화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해.
그래서 중국이면서도 동남아 같아.
덕분에 난 남들은 성대하게 한 번 보낼 물축제를
세 번을 반복하는 꼴이야.

그래도 중국은 중국.
나는 국경을 넘은 버스에서 막 내리고 나서야
나의 상황이 무척 양호하지 못하다는 걸 알았어
언어가 전의 어떤 나라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가려했던 게스트하우스 위치 파악이나
정보를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들어왔던 처지였음을.
어쩔거야. 몸으로 직접 찾아다니는 거지.
그래도 보통은 게스트하우스가 한 동네에 몰려있기에
'그 동네만 찾아가면 되겠지. 조금 돌아다니다보면 찾을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하며 버스터미널을 빠져나왔지.
장거리이동으로 배는 서러울만큼 고팠지만
낯선 도시에서 이 한 몸 누울 자리부터 찾아야 마음이 편할듯 해
가이드북을 펼쳐들고 육중한 무게의 배낭가방을 매고 걷기 시작했어.
하지만 여행자 포스 단번에 풍경주는 난
물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징홍 거리에 너무 좋은 먹이감인게야.
사람들 마치 골목대장 시절로 돌아간 마냥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총, 바가지, 심지어 트럭채 담고다니며 내게 달려들어.
대놓고 물 던지고, 아닌척 물 쏘고 하는 바람에
축축하게 젖은 나의 짐과 몸은 더더 걸음을 힘들게 해.
이날 만큼은 물을 뿌리는 행위가
액운을 씻어내준다는 의미라니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

그렇게 젖은 몸으로 두 시간을 넘게 헤맸었던가?
아- 물축제여


 루앙남타, 라오스 14,04,2011
라오스 한적한 시골 루앙남타(라오스에서는 도시라 칭하지만...)에 소박한 삐마이.
아이들 나를 노리다가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방어하자 물을 던질까 말까 주춤주춤.

 루앙남타, 라오스  14,04,2011
골목길에서 만난 꼬맹이들 찍어주고, 보여주고, 찍어주고, 보여주고...
그러다가 나는 지치는데 아이들은 사진 계속 찍어달라 하니 막 도망나왔었어. ㅋ


                                                               루앙남타, 라오스  14,04,2011


징홍(景洪), 운남성(雲南省), CHINA 17,04,2011
중국 국경을 넘어 징홍이라는 지역에 들어서자 
버스 창 밖에 점점 리얼하게 보여지는 물천지의 도시와 사람들

 

징홍(景洪), 운남성(雲南省), CHINA 17,04,2011
도시라 물전쟁 스케일도 커.
이렇게 트럭채 물을 담고 아무곳에나 다 뿌려대는데 
 이러다가 또다른 트럭을 만나면 일대 전쟁이 벌어지지. ㅋ




징홍 두번째 이야기

여행이야기를 이어서 하자면 그때 그렇게 쏭크란축제로 젖은 옷이 마르도록
2-3시간을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게스트하우스만 찾아 걷다가 
길거리에 어느 여관을 발견하게 됐어.
언어는 안 통해도 내가 찾는 게스트하우스를 물어보는 시도는 해야겠다 싶어 들어갔지.
처음에는 어린 여종업원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가
쏼라쏼라 하는 내 말을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 싶었는지
여관 사장님에게 나를 데려갔어.
바로 아래 그림의 주인공이야.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인상에 강하게 남는 여사장님이였지.
내가 '한궈랜 삔관'이란 단어를 반복하니까 눈치를 채고
여관숙소 연락망을 뒤져보고, 여기저기 수소문 해줘. 
바로 아래 그림의 자태로 말야.
그때 그 모습이 호탕해 보여서 웃음을 참아야만 했어.
물론 여사장님의 노력에도 찾지는 못했어.
대신 내가 그 여관에서 지내기로 했어.
여사장님도 대신 40%를 할인해줘. 

사실 눈치를 보니 그 여관은 남자가 여자를 불러 자는곳 같아.
하지만 여사장님도 내가 머무는 것을 반겼고,
지내는 삼일 동안 틈나면 나를 카운터 옆에 끼고 있을 정도로 재미있어 했어.
하루는 큼지막한 수박을 선물로 주니 오랜시간 수박을 카운터 한쪽에 계속 방치해 놔. 
고맙다는 표시도 별로 없고 무성의해 보이는 태도에
의아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내 방으로 들어갔어.
그런데 종업원이 수박을 다시 내방으로 가져와.
내 선물의 뜻을 못 알아들었던 거야. 
다시 카운터로 돌려드렸지.
그랬더니 여사장님과 그 남편 한바탕 웃고는 큰 수박을 모두 잘라내
여관에 오고가는 손님들, 옆가게 사람들 모두 나눠줘.
이렇게 말이 안 통하니 어렵게 통한 뜻 더 반갑고, 
마음 주고 받는 일들을 더 애틋하게 여겨. 

나중에 내가 떠나기 위해 택시를 탈 때 여사장님은 택시 문앞까지 배웅해주면서
하늘을 가리키는 몸짓을 시작으로 나에게 이야기해.
"넌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소중한 인연이야"

몸짓으로 어떻게 아냐고? 그냥 추측이야.
나중에 여관이름을 한자사전을 찾아 알아보니
'기쁜인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그래 여사장님은 내 여행에 주옥같은 추억으로 살아있으니
얼마나 기쁜인연이야.




                                                        징홍(景洪), 운남성(雲南省), CHINA 17,04,2011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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