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믹싱장비라고 해야하나? 정확한 명은 모르겠으나 Underworld는 저 장비로 사람들의 귀와 정신을 다스리는 듯 했다.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광장안의 사람들을 온통 집단 최면에 빠뜨리게 만드는 마술도구. 나 또한 사운드가 몸을 관통하는 순간 ... 허허헉... 몸이 마구마구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다.
작년에 Underworld 내한공연한다고 했을 때 학수고대하며 표 구입하려고 자세잡고있었는데 그만 매진율 부진으로 공연이 취소되고 좌절. 하지만 Underworld 아저씨들 자존심이 상했을만도 한데 공연불발로 다친 상처 펜포에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다시 섰으니... 나에게 이번 펜포에 가장 뽀인트는 Underworld였다.
덕분에 2007 펜포에서 즐겼던 Chemical Brothers와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도... 허허헉. Chemical Brothers 공연 당시에도 주체할 수 없는 몸을 경험했었더랬다. 하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일단 내 개인적으로는 화학형제의 음악 같은 경우에는 흥분감이 강했다면 지하세계는 몽롱함의 최고조였다는 것이다. 몸을 늘어뜨리다가 서서히 폭발시키기 위해 강해지는 비트와 사운드. 칼 하이드 아저씨의 열창, 그리고 구부정한 하이킥과 흔들거리는 엉덩이의 댄스. 펜포의 마지막날을 완벽한 유희의 순간으로 장식해준 고마운 지하세계 아저씨들. 다음에 또 와주세요.
펜포하면 빠질 수 없는 것. 캠핑. 몇 일 동안 비가 내리면서 축축하고 물컹해진 땅 위에 바부처럼 아무 장치도 없이 텐트를 설치했다. 나중에서야 깨달은 것인데 바닥에 비닐이라도 한번 깔고 했어야 했던 것을... 덕분에 첫날을 온통 축축해진데다 생각보다 좁은 텐트에서 억지로 잠을 청해야만 했다. 그 불편함에 몇 번을 깨고, 뒤척이다가 6시정도 친구들을 깨워 이미 자취방 지원을 약속했었던 인천 안프로네 집으로 갈 것을 제안. 택시타고 편안한 가정 집으로 날라가 부족했던 샤워와 잠을 해결할 수 있었다.
Tricky~ 방황의 20대를 함께 보낸 음악들 가운데 하나 Tricky 불안과 우울함을 지녔던 20대 정서에 당시 음울한 Triphop음악은 아픈 청춘으로부터 뭔가의 동질감을 느끼게 했었다.
특히 Triphop의 거장 Tricky와 Massive Attack은 때로는 더 망가져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의 음악은 그보다도 더 밑바닥에서 세상의 비열함을 노래했으니깐 말이다.
그런 때가 아주 오래전 처럼 느껴지는 지금은 바로 30대. 그런데 현재의 나에게 Tricky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건 반가움과 동시에 묘함을 느끼게 했다.
뭐랄까. 추억 속 스타를 만다다는 사실과 함께 과거의 기억이 스쳐지나가고, 지금은 어떻게 그의 음악을 받아들일까 하는 궁금증.
위 곡 'Broken Homes'는 10년 전 Tricky를 처음 알게 만든 공로를 가지고 있다.
실제 본 그의 무대는 무척이나 훌륭했다. 그의 카리스마란... 참 멀티하다.
공연 전 다른 뮤지션과 다르게 직접 관객석에 나와서 공연장과 사운드를 체크하는 모습을 봤을 땐(이때 싸인받았음) 겸손하고 철저한 프로같다가도 눈이 직접 마주쳤을 때는 또 상처받은 소년처럼 조금만 건들려저도 깨질것 같은 유약함이 느껴지다가도 무대에 올랐을 땐 주변을 압도하는 교주같은 포스.
물론 Tricky의 현재 곡은 예전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에서 많이 변화됐다. 그랬었더니 결국 그의 공연에서도 내가 아는 곡은 단 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