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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생체기

사랑해 2010. 6. 16. 04:20
낙동강, 4대강, 낙동강, 4대강... 머리 속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기어이 갔다왔다.
낙동강은 29살 당시 거의 도보했던 여행에서 첫 인연을 맺었었고, 낙동강을 따라 안동에서 봉화군으로 그대로 걸어올라가면서 그 매력에 감탄해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곳. 그런데 4대강사업을 한단다. 멀쩡한 강들에게 낙후됐다는 개발논리의 기준을 들이대거 난대없는 수질난, 식수난을 붙여댄다. 그리고 한국형녹색뉴딜사업 이라나... 최고의관광개발 이라나... 환경개선사업이라나...  비판에 비판이 거듭 이어져도 이름이나 표현을 달리하는 가상한 노력뿐, 달라지는 건 전혀없는 오로지 강행뿐. MB정권 내내 말하는 그 무엇도, 사실 여부에 믿음이 단 한차례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이유는 그들은 '어쨌든 강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어이 전주에서 낙동강을 갔다 옴. 전날 밤 밥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 한대접 떠먹은 덕에 몸살감기기운이 생긴 것이 예감이 좋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재주를 아무때나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김에 무튼 떠나기로 함. 4대강사업 현황을 알만한 지인에게 쑥쓰러운듯 내가 어디로 가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는지를 물어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해서 목적지 상주시 경천대로 결정해 나섰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 전주에서 상주시 경천대까지 이동하는데 편도 약 5시간이 소요. 버스 종점에 달해서 경천대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내리자마자 강에 바로 접할 수 있을거라고 상상했었으나 의외의 그림에 뜨악.... 공원의 입구가 보이고, 그 너머 언덕진 진입로가 뜨거운 날씨와 감기몸살기운에 골골대는 육체의 고통을 예상케 했다. 어쨌든 전혀 모르는 지역에 홀로 어떤 정보도, 차도 없는 처지에 선택의 여지는 없음. 내 정서에 위반하는 놀이기구시설과 휴식시설들을 빠져나와 잘 다듬어진 그리고 길며, 곳곳에 경사진 길을 헥헥거리며 걸은 끝에 경천대를 찾았다.

경천대는 낙동강의 거의 중간지점에다가 손에 꼽힐 정도로 경관이 좋다하여 경천대라고 불림. 내 기억 속에 유일한 거친 상류지역 낙동강 -소백산맥 일대의 가파른 절벽들을 타고 흐르던 봉화군 지역의 거칠었던 강줄기들-이 이렇게 부드러운 중류지역을 형성한다. 안타깝게도 광각렌즈가 없어 강의 모습을 한 눈에 담지 못해 대신 각도마다 있는대로 찍어댐. 바로 아래와 같은 방식을 계획하고... 


 아이폰을 뒤적거려 인터넷으로 더 알아보니 카메라를 통해 본 갈색을 띄는 물의 이유가 경천대 상류지역인 예촌군 일대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흙탕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함. 그렇다면 상류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내가 가야할 곳이여야 하는데 다음로드맵에서 알려주는 거리로는 장작 11km가 넘는 위치. 걸어서는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택시 한대 다니지 않는 곳에서 좌절. 난 또다른 낙동강의 매력을 느꼈노라며 이날의 먼 걸음이 결코 무모하지 않았다고 억지로 마음을 달래야하는 것인가... 이 한적한 공원에서 피톤치드 기운을 즐기며 살림욕으로 만족해야하는 것인가... 불길함 엄습.  

그래도 지난 선거날 때 투표장소를 몰라 아이폰의 다음로드맵 어플을 이용해 찾아갔었던 적이 있었다. 이젠 제법 전화용도 외에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이 많아졌고, 이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길치의 난점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대략 공사현장 정보도 알았으니 도로를 무작정 걷다보면 히치하는 행운을 얻을 수도 .... 그런데 생각보다 그 행운은 가까운 곳에서 너무 빨리 왔다.

나에게 어디서 왔냐? 즐겁게 시간보내라 인사하던 아저씨를 다시 마주치니 내게 또 안부인사.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편을 물어보자, 아저씨는 특유의 지역사투리로 놀라며 멀다... 왜 거기로 가느냐... 물어보더니 나의 답변에 낯선 객의 불리한 상황을 파악하고선 가이드역할을 자처한다. 난 "아... 너..너.무 죄송해요.(하지만 신세질께요)"하며 낼름 차를 얻어탔다. 

덕분에 인근 4대강 공사현장으로 닿을 수 있었지만 그곳은 이미 강의 모습이 아니였다. 강 주변 1-2백미터 이상은 다져지고 있었고 점차점차 그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아 보였는데 그 다져진다는 의미는 평지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낙동강 제일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라지만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원래의 개성은 흔적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날 친절한 아저씨의 안내가 있지않았다면 이곳이 낙동강인지 아니면 일반도로 공사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친절한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상주지구 생태하천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생태계를 파괴해서 생태하천을 만든다는 것이 어불성설로 들렸지만 아저씨의 말에는 뭔가의 믿음같은 것이 느껴졌었다. 



말단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아저씨는 사대강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지만 찬성의견임이 충분히 엿보였다. 그렇다고 나에게 숨길 필요는 없는데 ... 무튼 그는 자기의 입장 따위는 제처두고 모르는 길까지 찾아가며 댐공사현장에 접근해주는 성실함. 댐 가까이는 가지 못하더라도 먼발치에서 촬영하고 있는데 저 멀리 있는 현장관계자들에게 적발. 으에 이곳을 향해 오려고 하는 것을 보자 바로 다시 차에 올라타 도망나오고 말았다. 특히나 그런 상황에 간이 콩알만해지는 사람... 바로 친절한 아저씨였다. 어떤 하찬은 일이라도, 그리고 말단 위치라고 해도, 공무원신분으로 4대강사업에 반하거나 비위에 거슬리는 일을 했다는 것이 걸리게 되면 조직 내에 처지가 좋지 않게될 것은 뻔했다. 거기다 사대강을 찬성하고 있는 자기 소신에 위배되는 외형적 결과가 초래되기도...ㅎㅎㅎ





공사현장 한쪽에는 지금은 쏙 들어간 한국형녹색뉴딜사업이라는 괴상한 사업명이 뻔뻔하게 내걸려있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동생에게 언젠가 "니네 회사도 4대강 사업하니?"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녀석은 "대기업 건설회사 중에 4대강 사업에 혜택 안받는 회사가 없어" 라고 대답했었다. 너무도 단촐했던 대답이 조금 놀랐었다. 동생은 평상시 MB를 혐오해왔고, MB 정책에 대해서는 분노나 낙담 섞인 말투로 필요 이상을 쏘아댔었다. 그런데 그때 대화에서 만큼은 무척이나 무감정한 어조였었다. 나 또한 녀석이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처지이고, 나도 더이상 무어라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더 대화하지 않았었다. 어쩌면 그동안 녀석에게 보수적인 조직사회 내에서 자신이 깨어있는 영혼임을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수단은 (자기맘대로의 잣대에 가깝지만)'비판하기' 였을지 모른다. 그런데 혹여나 그 무엇이 조직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땐 그 날개달린듯 자유로워야할 동생의 입도 경직되버리고 만다.

4대강사업을 강행할 수 있는 힘과 토대는 가장 우선 정치와 자본권력이겠지만... 그 속에 직접적인 자기 이익을 얻는 사람도 있고, 그 수익자들의 정치적 지배관계에 놓인 사람이 있겠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소신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 대부분은 무관심한 것으로 도움을 준다. 어쩌면 당연하고, 어떤 일에든 그렇게 구성되는것 같기도 하다. 

난 새만금사업의 허풍에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고통을 당하는가를 직접 두 눈으로 봤었고, 이러한 수난과 생태계 파괴의 축적이 결국 디스토피아를 불러온다는 것을 믿게 됐었다. 때문에 4대강 사업을 보면 새만금사업의 허풍, 아니 사기극이 자꾸 생각나서 화가 나고, 이미 사라져버린 갯벌이 머리 속에 되새김질 돼서 내가 감탄했던 낙동강과 그 외에 강들마저 통채로 똑같은 수순을 밟을까 가슴이 아프다.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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