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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석봉 백패킹

백패킹 2020. 5. 23. 23:39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셀프 칭찬. (촬영 정원이, 고프로)

 

 

 

사무실에 반차를 내고 달팽이 짐을 싸들고 산청으로 달려왔다. 

오래전부터 고대하고 기대하던 웅석봉이니까. 

 

날짜 : 2020년 5월 22일

코스 : 말머리재 - 웅석봉(해발 1099m)

거리 : 5.2km

소요 시간 : 3p.m. - 6:30p.m 총 3시간 30분 소요. 이 중 30분 휴식

 

 

 

 

 

 

 

 

백패킹 동료, 정원을 말머리재 주차장에서 만났다. 

말머리재에서 시작하는 초반 30분 정도는 오름길이다

계속 이어지는 나무 계단과 경사에 몸을 적응시키려고 애쓰지만 그전에 심장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그 뒤로는 완만한 능선과 몇 개의 고개를 더 넘는다. 

 

 

 

 

출발지부터 시작해 걸어온 능선들.

 

 

 

웅석봉 산행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먼 거리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 

커다란 바위들이 자리해 나무가 비어있는 길에 도달할 때면 시야가 확 트이면서 동시에 천왕봉이 눈을 마주쳐준다. 

 

그리고 검은 염소 3마리가 산다.

한참 걷기에 집중하다가 수풀 사이로 검은 무언가가 불쑥 움직거리를 것을 볼 수도 있다.

너무 무서워하지는 말기로. 지리산 반달곰도 아니고 멧돼지도 아닌 염소니까. 

 

 

 

 

정원이가 스틱 레이져를 쏘는 곳이 천왕봉

 

 

 

 

 

 

 

 

 

 

 

(흙소 같은 염소. 촬영 정원이)

 

왕재 갈림길을 지나 또 한 고개를 넘는데 이정표들에 기재돼 있는 거리 수치가 고무줄처럼 오락가락이다.

왕재 갈림길에 설치된 이정표는 웅석봉까지 2km 남았다고 한다. 몇십 미터 전의 이정표에서는 1.6km라 했는데. 

우리는 우리의 희망하는 쪽으로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 1.6km일 거야.' 하지만 무의미하다.

'이쯤에서는 웅석봉이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니니?' 간절한 기대만 깨질 뿐.

짐배낭을 멘 상태에서의 5.2km는 긴 길이다.

 

스틱의 수난. (촬영 정원이)

 

 

 

 

(촬영 정원이, 고프로)

 

 

 

걸어 걸어 결국엔 6시 30분에 웅석봉에 도착했다.

"우리 얼마나 걸렸어?"

"3시간 30분. 그 중 30분이 휴식시간."

"그럼 3시간이네. 우리 보통의 속도로 온 거지?"

"네"

얕은 만족감이 올라왔다.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싶은 욕심은 없어도 하위에 있기는 싫은 '중간만 하자'는 심리일까?

 

웅석봉에는 두 개의 데크가 있다. 

한쪽은 천왕봉과 겹겹이의 지리산 자락 그리고 일몰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나 좁다. 

작은 텐트 두 개를 칠 수 있는 정도. 

그리고 반대 쪽의 데크가 있다. 

황매산과 그 외의 이름 모를 산들 그리고 일출을 조망할 수 있다. 

이 날은 평일이라 다른 백패커는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미 낮부터 먼저 천왕봉 조망 데크에 자리를 차지한 한 명의 백패커가 있었다. 

아쉬운 데로 반대 방향의 데크에 자리를 잡았다. 

 

(촬영 정원이, 고프로)

텐트 설치를 마치자마자 일몰 촬영.

 

천왕봉과 일몰. (촬영 정원이, 고프로)

 

(촬영 정원이, 고프로)

 

이 날 저녁은 비화식 재료를 준비해왔다.

화기 도구 보다는 간편하고 안전하고 가벼워서 좋지만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나마 와인팩에 담아 온 와인이 없었으면 부처되는 밤이 됐으리라. 
와인과 함께 감상하는 밤하늘 별.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건 북두칠성 뿐이란 걸 확인하고 박장대소를 했다.

 

일출 (오즈모 포켓)

 

정원이는 지금껏 백패킹으로 다녀 본 산 중에서 웅석봉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날씨가 좋고, 산 풍경이 좋고, 동행인이 좋고, 길이 좋아 기억에 뚜렷하게 남을 산여행이었다.

 

 

 

 

 

 

 

하산하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말머리재 주차장의 스낵 버스에서 뒷풀이로 라면과 커피. 마무리 조차도 훈훈.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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