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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8 난 초식동물을 좋아합니다.
  2. 2009.02.26 james nachtwey


언제쯤이 마지막 발길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이다. 동물원 우리 앞에 선지가. 뜬금없이 큰 덩치의 순한 동물이 너무 보고 싶어졌었다. 가령 코끼리, 낙타, 기린, 코뿔소 같은 녀석들. 내게 큰 초식동물은 신비스러운 존재다. 가까이할 수 없는 위엄스러운 이미지에 반해 한 없이 순한 성질이 매력을 느끼게 한다. 동물의 왕국이나 다큐멘터리에서 초원의 풀을 뜯어먹으며 그저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그들을 볼 때면 자동기계처럼 맹수들의 사냥과 인간들의 밀협으로부터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작동되버리곤 했다. 보고싶은 참에 먼지쌓인 카메라를 챙겨들고 호들갑을 떨며 동물원을 향했었다. 

가을나들이 나온 가족단위의 사람들과 연인들의 북적한 행렬 사이를 숑-숑- 앞질러 그들 앞에 섰다. 하지만 씁쓸한 기분으로 바뀌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눈망울이 커진채 조심스럽게 과자를 직접 건네면서 자신과 다르게 생긴 동물과 교감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철장 안에 비좁고 답답한 우리 안에 무기력하게 숨쉬는 생명에게는 그저 멍해진다. 자유를 송두리째 빼앗긴 댓가치고 저렴하기 짝이 없는 우리에 갇힌 그들에게 뭔가의 연민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악취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과 그들을 보며 전혀 즐거워하지 않는 것이였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그림이었고, 내가 느낄 감정도 예상 가능했었다. 동물원이 집 근처임에도 그 뻔한 그림에 절대 발길하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의욕이 생겼는가? 라는 물음에 '어쩌면...불행을 보기 위해 동물원을 간것 같다.'고 말한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초식동물로부터.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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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nachtwey

깡통뭉개기 2009. 2. 26. 18:36



전쟁과 빈곤을 보도하는 사진은 우리들에게 끔찍한 현장을 전하고 있다.

사진 속 이미지들을 보더라도 이 두 세계는
아마도 우리의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지옥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너무 흔해왔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우리들은 사진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연민은 점점 옅어지고
인터넷 서핑 중 한번의 클릭으로 나타났다 한번의 클릭으로 사라지고는 한다.



전쟁사진작가 제임스 낙트웨이(james nachtwey)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됐다.

분쟁과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 참혹한 인간세계.
제임스 낙트웨이의 카메라와 렌즈는
극단적인 폭력의 세계에 대한 
그의 시선을 따라가고 포착한다.

물론 그의 사진들이 이곳에 전달되면서
다른 이미지들과 마찬가지로
한번의 클릭으로 쉽게 스친듯 가볍게 소비되고 날아가버렸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임스 낙트웨이와 동행하며 
그 사진 한장 속 비극이 현재 지구 어디에선가 ING임을 알려주고 있고, 
보는 이들을 보다 좀더 깊게 폭력의 수면 안으로 인도한다.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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