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구깃한 종이 2008. 9. 18. 20:09

꿈을 꿨었더랬다.
꿈에서 난 결혼을 했다.

기억나는 꿈의 내용은...
남자가 있었다. 주변에는 나의 친구들도 있었다.
난 남자가 누군지는 잘 몰라도 그 남자의 어떠한 모습을 관찰하면서 
저 정도면 결혼해도 괜찮겠는걸~ 하며 그 자리에서 프로포즈를 하고야 말았다.
남자는 느닷없는 나의 결혼하자는 말에 황당해 한다.
주변 친구들이 놀래며 "왜그러느냐" 막 그런다.
난 지금의 비혼생활이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결혼이라는 새로운 삶을 찾고싶어 했다. 
그리고 나의 직장을 오고가면서 매일 지나쳐왔던 웨딩샵에 들어가 웨딩드레스를 골랐다.  
이어서 결혼식장이 진행될 곳은 교회의 마당이었던 듯 싶었다. 
교회문 밖에서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서있었고,
사람들 다리사이로는 촌스러운 오색줄무늬의 비난이 깔려져 있었다.
사람들은 아무도 신부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없었고, 친구들도 없었다. 그리고 신랑이 누구인지도 잘 알지 못했다.
온통 회색벽인 교회 예배당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할 일 없이
웅크리고 앉아 있으려니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래도 생에 한번하는 결혼식인데 이 싱숭생숭한 마음 달래주는 사람 한명 없고,
외면받고 있는 주인공 처지가 마음에 안들었던 거다.
여러 감정이 들었지만 그 조차도 말걸어주는 이 없어 곧 심심해지면서
난 벽 구석에 붙어 웨딩드레스를 입은채 바닥에 잠시 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곧 잠이 깼다. 눈을 뜨니 아침 7시. 알람이 울린 것이다.
지금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면 딱 좋을 시각이지만
난 나의 결혼식이 궁금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었다.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서.

난 다시 교회벽 구석에 붙어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가 교회 밖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아차! 결혼식이 시작됐나보다. 해도해도 너무 하는군. 어떻게 결혼식이 시작되도록
신부를 데리러 오는 사람 하나 없는거야'라며 툴툴거리면서 
혼자 부랴부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나갔다.
사람들이 가리는 바람에 결혼식이 이뤄지는 행사장 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인파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신랑신부가 행진하는 카페트에 도달했다. 
난 혼자 카페트를 밟고 주례사 앞으로 갔다.
주례사 앞에 서자 내 옆에 신랑이 보였다. 
'어라~ 여기에 신랑이 있었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신랑이 나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난 여태 내가 누구와 결혼하는지 모르고 있었던 게다.
신랑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신랑은 나와 눈을 마주하더니 씩~ 하고 웃는다.   
난 경악한다.
"내가 겨우 이런 남자하고 결혼하는거야~"

난 깨어났다.
팔자를 바꿔보겠다며 선택한 결혼.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한 나의 결혼식과 실망스러운 신랑.
신랑은 아무리 떠올려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그런데 전자양을 닮았다.
그리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길게 늘어져 있던
오색 카펫이며 난장스러운 결혼식장 분위기는 
엄마아빠의 결혼식 사진과 많이 닮아있었다. 
이 조합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래도 이 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뭘 해도 재미없고, 감흥없는 무미한 요즘 생활 중
가장 모험될만한 짓을 꿈 안에서 행한 것이다. 푸힛.


Posted by 나꽃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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